TO. Yuri.

 

 

B. https://www.youtube.com/watch?v=d9IxdwEFk1c

 

 

 

헤어릴수 없는 시간을 그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기 위해 달아나고,

실제로 까마득히 떨어져서 평생을 살아간다해도,

뚫고 나간자리는 여전히 뚫려 있으리란 것을,

다시 감쪽같이 오므라들 수 없으리란 것을 몰랐다.

/ 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

 

 

 

 


 

 

 

 

" 향아. 원향아. 너는 되고 싶은게 있어? "

" 짱 잘나가는 연구원. 불치병 난치병 할거 없이 몽땅 백신을 만들어버릴 거야. "

" 그럼 오빠는 너 보면서 살아야겠다. "

 

살랑, 바람이 또 불었다. 오빠는 항상 우스갯소리로 그런 소리를 했다. 어른이 되면, 자기는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으니 네가 대신 성공해서, 돈도 많이 벌고. 그러라고. 나는 그 뜻을 잘 알고 있었다. 무슨 마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줄도.

 

" 그러니까, 신이 있으면 날 최고의 행운아로 만들어 줘야 해. 이런 애가 어딨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데. "

" 향아, 신은, 착한 일을 한다고 도와주지 않아. 혹시 아냐. 백신 만들지 말라고 널 죽여버릴지. "

" 뭐 그런 소리를 하냐. 나 안 죽어. "

 

근데... 만약에. 내가 죽으면, 오빠는 어떻게 할 건데?

오빠는... 

 

 

죽어버릴거야.

 

 


 

 

 

 

 

"그러니 밖에 나가면 무얼 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안 그래, 원?"

 

두뇌도 나름의 운도 겸비한 완벽한 연구원. 원향은 자신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신이 나를 싫어할 만도 하지. 정신승리에 가까운 다짐을 했다. 턱을 괴고 생각했다. 내가 밖에 나가면 하고싶었던 게 뭐더라. 

 

" 제가 제일 하고 싶은건.... 누군가를 보는 거에요. 아, 그들.이겠구나. "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새 지은 줄도 모르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살풋 웃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원향은 멋쩍은 듯 노트로 제 어깨를 툭툭 칠 뿐이었다. 그럼 유리 씨도 알려주면 좋겠네요. 뭐가 하고 싶은지. 무엇이...,

 

당신을 바라게 만드는지요.

 

그리고 아까완 다른 웃음으로 덧붙였다. 

 

" 나는 행운의 유효기간에, 운에 좌우되지 않는 사람이길 원해요. 당신의 기도는 누가 들어주는 건가요. 신께서? "

" 그렇다면 기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행운은 신이 주는 거니까. 나는 그런 걸로 통제되며, 나아가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닐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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