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CMNT/도원향
기다렸어요?
문설림
2019. 8. 14. 19:37
TO. Hades.
BGM. https://www.youtube.com/watch?v=jrtEZQe7nyU
당신의 인사에
어쩐지 내가 죽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나를 기다렸느냐고.
복숭아꽃은 무릉도원에서 피는 꽃이야.
냇가를 따라
복사꽃 잎이
흘러내려 가면
어부가 그걸 보고
숨겨진 무릉도원을 찾게 돼.
/ 랑또, 가담항설
어쩌면 나는 당신의 앞에서 간당간당한 생을 붙잡고 서 있으면서도 약속이라는 명분을 잡고 괜찮은 척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뒤이어 생각했다. 아니다, 나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고.
당신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다.
원향은 지금까지 제 입밖으로 낸 말은 모두 지켜냈기 때문에. 당신과의 약속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했다. 지금까지 지켜온 약속들보다 훨씬. 당신에게 나의 사망선고를 들려주기 싫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실망할 테니까. 고개를 들어 허공을 응시하려다, 당신의 눈과 마주쳤다. 그러고보니 이 정도 높이 즈음에는 당신의 눈이 있었지요.
"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나한텐 올 곳이, 여기밖에 없었네요. "
빈 방, 빈 집, 빈자리, 옆은 언제나 폐허였던 아이가 너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인사.
꽃잎을 은밀하게 흐르는 물에 띄워보내지 말아야 했다.
그러니, 내가 약속을 놓게 된다면
당신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