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CMNT/도원향

믿음.

문설림 2019. 8. 7. 01:13

* TO. Hellen.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할 수 없는 것도 해냈어야 했을 뿐.

 

/타블로, 블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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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내가 믿음을 운운할 자격이라도 있을지부터,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거라고 할 수 있겠지. 잘못된 애정이라는 말도 있잖아? "

 

 그 잘못된 애정이 얼마나 나를 기대하고, 또 실망하게 만드는지. 알 수가 없다. 앞에서 내게 믿는것은 자기 자신 뿐이라는, 나름 같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동료 쯤 되는 사람. 눈을 가늘게 뜨고 응시했다. 도원향은 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었다. 글쎄, 지금 이 상황도 믿겨지지 않는데 나 자신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그게요, 나 자신을 믿는 사람은 참 강한 것 같아요. 나는 그렇게 강하진 못한 사람이거든요.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는 눈이었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복잡해 뭐부터 어떻게 말해야할지도 모르는 눈이었다. 이래서 평소에 문과 과목도 잘 공부했어야 했는데. 대충 시험 볼 만큼만 공부하지 말걸 그랬다. 별별 생각을 다 하고 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앞에 세워둔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니지. 목을 두어 번 가다듬었다.

 

" 헬렌 씨, 아무래도 애정은 받을 짓을 해야 받는 것 같아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은 없어도 더 아픈 손은 있다잖아요. "

 

그런 의미에서 도원향은 자신은 절대로 사랑받을 타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제멋대로에, 스물 다섯이나 먹어놓고 이렇게 철부지였다.

 

" 그리고 나는 애정받지 않은 손가락이 얼마나 강한지, 신이 있다면 보여줄 거에요. 나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하지만, 내 능력은 믿거든요. "